- 교육과정 4 -

"자연의 가르침을 배우는 자연속 학교"

철마다 우리나라의 동서남북 각 지역에서 짧게는 닷새, 길게는 열흘 동안 펼쳐지는 자연속 여행 기숙학교입니다.
어린이들은 부모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스스로 밥 짓고, 빨래하고, 청소를 하며 독립심을 기르고, 온종일 동무들과 어울리며 함께 사는 법을 깨우칩니다.
어린이들을 푸근하게 안아주는 자연 속에서 그 지역의 문화와 삶을 생하게 느끼고 배웁니다.

- 화순

산살림, 들살림, 현대사, 남도 문화

여름 - 덕적도/고성

갯살림, 차 없는 자연속 학교

가을 - 하동

지리산과 섬진강 가을걷이

겨울 - 진도

갯살림, 통합 자연속 학교

자연속학교는 함께 먹고, 함께 자고, 함께 일하고 노는 여행 기숙학교다. 날마다 학교에서 살 때와 달리 온 종일 함께 지내니 평소보다 더 많은 것들을 서로에게 배우고, 느끼고, 싸우고, 웃는다. 일주일을 함께 지내니 저마다 개성이 듬뿍 묻어나오고, 부모와 떨어져 낮설고 집보다 불편한 곳에서 살다보니 힘듦과 짜증을 내는 것도 자연스럽다. 자신을 위한 잠자리와 익숙해서 편한 화장실, 먹고 싶은 것만 먹을 수 있고, 자신의 기운과 호흡대로 자유롭게 쉬고 놀 수 있는 집을 떠나 다 함께 살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함께 사는 규칙이다. 옛말에 집 떠나면 고생이라 하지 않았던가.

 밥 먹을 때도 모둠단위로 밥을 받고, 날마다 어울려 노는 즐거움도 있지만 서로 자꾸 다투는 일도 생기고, 순간 못된 마음으로 상대방을 힘들게 하기도 하고, 자신의 욕구를 더 드러내며 다른 사람의 몫을 생각하지 않는 때도 있고, 세상의 중심이 자신인 어린이들이 서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배려한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 날마다 희노애락의 감정이 누군가로부터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함께 살기는 배우는 게 많지만 힘들기도 하다.

 어린이들에게 집은 부모이고 곧 사랑이다. 부모가 있는 집을 떠나 사는 것은 대단한 도전이며 용기이다. 힘듦과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함께 사는 어린이들과 선생들, 자연에게 있다. 지금이 소중한 어린이들이니 날마다 하는 활동에 온 힘을 다하고, 저녁이면 보고 싶은 부모님 대신 정겨운 어린이들과 선생들을 보며 순간 힘든 것들을 참아낸다.

 사실 서로 어울려 살아가며 배우고 놀고 재미난 게 많지만 본능에 해당하는 먹고 자고 누는 문제가 가장 어렵다. 무엇보다 선생들은 어린이들이 낮선 곳에서 살다보니 익숙한 생리현상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힘든 경우가 참 미안하다. 마음같이 잘 누기가 어렵고, 잠이 안 와 힘들어하는 때 여러 가지 도울 방도를 찾고 더 알뜰하게 살피지만 단 번에 해결되는 게 아니라 어렵다. 자연속학교 때마다 한두 어린이가 꼭 자고 누는 게 어려워 많은 보살핌을 받는다.

 함께 놀다보면 다툼은 자연스럽다. 협력해서 노는 놀이를 하다가도 서로 다름을 확인하는 게다. 안에서는 공기놀이와 카드놀이를 하고, 밖에서는 축구와 야구, 그물침대를 타는 어린이들이 많았다. 날마다 여러 어린이들이 서로 속상 한 걸 경험하고 선생에게 알려온다. 보통 놀림말, 거친 말과 거친 몸짓, 놀이하다 속상한 게 많다. 형 언니 동생 사이라서 속상한 게 나오고, 자주 어울려 몰려다니다가도 속상하고, 둘레를 생각해 맞춰 살다 지쳐서 속상한 경우도 있다. 싫어하는 행동을 해도 너무하는 어린이도 있고, 자꾸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어린이도 있다. 한바탕 선생에게 털어놓고 마음이 편해지는 어린이도 있고, 선생의 도움으로 규칙을 배우는 어린이도 있다. 선생이 지나치게 개입해서 안 되는 일도 많고, 적당한 거리에서 스스로 해결하도록 내버려둬야 할 때도 있다. 부모의 잔소리가 듣지 않아 자연속학교가 좋다는 어린이도 있지만, 자연속학교에서는 날마다 선생들과 다른 어린이들에게 잔소리와 도움말을 들으며 자란다.

 많은 것을 겪지만 즐거움이 없으면 견딜 수 없는 게 자연속학교다. 함께 수다를 떨어줘서 고맙고, 서로 놀아줘서 고맙고, 설거지를 해줘서 고맙고, 도와줘서 고맙고, 날마다 고마운 이야기가 넘쳐난다. 마침회 때 고마운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린이들이 어디에서 힘을 받고 고마워하는지 잘 알 수 있다. 고마운 이야기를 할 때면 당연한 건 없다는 걸 자꾸 말하곤 한다. 부모님이라서 선생님이라서 형 언니라서 동생이라서 나를 돕고 챙겨주는 게 당연하지 않다는 걸, 서로 알게 모르게 자신과 우리를 돕는 것에 고마워하는 마음을 기르는 게 자연속학교에서 아주 중요하다 여긴다. 그러니 모든 것이 고마운 것 투성이다. 부모와 집을 떠나 살아보니 부모와 집이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고, 익숙한 게 얼마나 자신의 삶을 규정하는지 알게 되는 이치다.

 그러니 어린이들에게 잠깐의 여행 기숙학교는 한 식구가 되어가는 것이고, 마음을 부쩍 자라게 한다.

2020년 봄 화순 자연속학교

2020년 여름 덕적도 자연속학교

2020년 가을 하동 자연속학교

2021년 봄 화순자연속학교

자람여행과 졸업여행
전교생이 함께 하는 ‘자연속학교’와 달리 5학년이 되면 자람여행을,  6학년이 되면 졸업 여행을 갑니다. 마을과 바깥에서 손끝 활동의 결과물로 학생들 스스로 경비를 마련하여 여행 채비를 하고, 나라의 곳곳을 다니며 나와 동무, 가족,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배우고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맑은샘의 재학생으로 누릴 수 있는 색다르고 특별한 여행입니다.